1. 이리도 귀티나는 뽀얗고 예쁘고 멋진
그들은 예상보다 더더더 뽀얗고 예쁘고, 귀티가 줄줄 흐르는 친구들이었다. 앞뒤좌우에서 '꺅, 멋있어요. 오빠아~'라고 외쳐대는 아이들과 동화할 수 없었던 것은 그들과 같은 나이인 나의 서러움이었을 뿐. ㅜ.ㅜ 롹킹하게 기타와 베이스를 뜯어댈 때도 내 눈에 비친 그들은 반듯하게 자란 청년들의 본성을 가릴 수 없어 보였다.
온전히 두 사람의 목소리로 채운 공연에 불안감을 표하는 이들이 있었을지 몰라도, 나는 워낙에 사람 그 자체에 빠지는 성향이 있다보니 '그렇다면 더욱 환영입니다.'랄까. 그리고 그들은 오히려 나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다음 앨범은 모든 곡을 그들이 직접 소화해주기를 바랄 정도. 특히 '작별을 고하며'는 진짜 울 뻔 했다? 지금까지 '음악은 재평, 목소리는 장원'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고정관념이 이 날 이후 조금 바뀌기도 했다. 신재평씨의 비음 섞인 목소리가 제대로 발휘되었을 때, 그 어떤 다른 사람에게서도 들을 수 없었던 오묘하고 독특한 매력이 있더라고. 이런 게 가수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어할 'GIFTED' Voice일까. 내가 제일 질투하는, '하늘이 내려준 재능'이라는 이름의 선물. 아...나도 하나쯤 가지고 싶다규.
두사람의 목소리로 채워진 곡들은 원래부터 하나같이 내가 다 좋아하는 곡들이었고, 그들은 때로는 열심히, 때로는 쉬크하게, 때로는 못된 남자 코스프레로 여심을 흔들었다. 난 하늘색+하얀색 베이스에 증말 선덕선덕하기도 했었고...(집에 와 보니 내 악기엔 버섯이 자라날 기세. ㅠ.ㅠ)
진짜 얼마 전에 우연히 지나가던 매장에서 들리던 것 빼고 한번도 끝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오리지널 '누난 너무 예뻐'. 난 그 노래 제목이 'Replay'인 줄 알았어...;;; 암튼, 그들이 비밀의 밤의 메인 이벤트라 주장하던 '누난 너무 예뻐'와 다소곳이 앞섶을 가리던 이장원씨의 마력과 마지막 곡을 부르며 관객 하나하나와 눈을 맞추려 애쓰던 신재평씨의 다정함까지. 그들의 공연은 정말, 즐거웠다.
2. 나의 불완전 연소, 이건 다 나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하얗게 불타오르지 못하고 불완전 연소해버린 건 다 <롹 밴드> 막공에 대한 기대감에 온 몸을 불사르겠다며 다음날 휴가까지 내고 보러 간 나 때문이다.
티켓 오픈 날짜가 발표되고 열심히 해보리라(?) 다짐 또 다짐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 날 난 그냥 헛된 클릭질로 하얗게 다 타버렸지만...-_-;; 결국 노련한 광클의 신(언니)의 도움으로 무사히 막공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출발 *** 여행'이라는 영화 소개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부터 우울해지기 시작한다는 직장인의 우울한 날, 일요일 저녁을 굳이 선택한 이유는 단 한가지, 그 날이 '막공'이라는 이유였기 때문이었다. 난 비록 불과 얼마 전까지 '막공'이라는 단어조차 모르던 어리숙한 존재에 불과했지만, 다들 막공이 진리며 甲이라는 얘기는 여기저기서 주워 들었었으니까 말이다.
내가 내 돈 주고 간 첫번째 롹 밴드 공연. 그 기대감은 공연 첫 날의 후기들이 하나둘 뜰 때부터 이미 만렙을 찍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토요일 밤이 지났을 땐 이미 하늘을 뚫을 기세였지.
그런데, '3일 동안 공연이 계속 길어져서 혼났다'는 그들의 멘트 이후, 어딘지 모르게 시간을 계속 신경쓰는 듯이 보였던 그들의 모습은 그저 나의 착각이었을까. 4일 모두 참가했던 사람들의 후기엔 물론 마지막 공연이 가장 '정제되고 완벽한' 공연이었다고 하지만, 내가 원한 것은 그들의 '정제된' 모습이 아니었어! 마지막날이기에 고삐 풀린 망아지들처럼 한없이 질주하는, 야생의 모습으로 포효하는 그들이 보고싶었단 말이다! ㅠ.ㅠ
3. 이게 다 초사이언인 때문이다.
토요일 공연 이후 수근수근 전해지던 '초사이언인'은 나의 기대치를 높이는 결정적 원인이기도. 초사이언인의 다음날은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두근두근두근두근.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이 웬지 허전했던 것은, 한껏 뛰어놀다 피곤에 지칠 것이라는(그래서 월요일 휴가까지 냈었던. 크, 다시 생각해보니 이건 초큼 부끄럽기까지 하구낭) 예상을 깨고 느무나 가벼운 몸으로 집에 돌아갔던 것이 살짝은 아쉬웠던 것.
그건 다 나랑 초사이언인 때문이다.
4. 그러나 별 다섯개예요.
이러한 아쉬움은 단지 내가 별 다섯개에 보너스로 애기별까지 하나 더 주고 싶었던 애정하는 마음 때문이다. 올해 그들은 새로운 앨범을 낼테고, 또 발매 기념 공연을 열겠지. 나는 그저 그 때의 내가 너무 바쁘지 않기를. 그리고 그 때도 무사히 티켓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하찮은 한 사람의 팬일 뿐.
ps. 가능성, 그것은 진정 미스터리.
Superfantastic을 따라부르라고 선동하는 그들의 본격 관객 디스(?)! 아, 굴욕적이야. ^^;;;; 말그대로 Possibility, it's a mystery.가 아니던가. 내가 그 노래를 따라부를 수 있는 가능성은 그저 미스터리였을 뿐이야...부...부끄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