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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비긴즈

<CHRIS> 2005. 7. 16. 20:06

유난히 망토를 펄럭이며 폼잡는 장면이 많았음 -_-;

팀버튼의 기괴하고 음산한 고덤시를 좋아했던 나. 3편은 그나마 발 킬머라는 배우가 원조 배트맨인 마이클 키튼의 과묵한 이미지를 이어나갔기 때문에 좋았다. 그러나 그것도 3편까지가 한계. 개런티 비싼 악역들만 우루룩 불러다가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도 모르게 난잡해진 4편과, 당췌 배트맨과 매치가 되지 않는 조지 클루니 배트맨이 등장한 5편은 결국 단 한번도 보지 않았다.

꽤 오랜만에 새롭게 모습을 바꾼 배트맨 비긴즈는 일단 분위기 면에서는 4,5편보다는 괜찮았다. 솔직히 이번에 크리스찬 베일이 배트맨이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십년 전 작은 아씨들의 로리로만 기억하는 그의 모습과 배트맨은 조화가 안됨 -_-a), 생각보다는 잘 어울렸다.

배트맨이 배트맨이 되기까지를 그렸다고 하는 이 영화는 정말 철저하게 그 부분에만 집중한다. (미처 알지 못했던 브루스 웨인의 멋진 아버지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왜 굳이 박쥐인간이 되었는지, 어디서 그렇게 초인적인 힘을 얻어왔는지, 도대체 그 굉장한 무기들은 어떻게 만들어냈던 것인지 등... 마치 DVD의 이스터 에그를 찾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너무 배경에만 신경 쓴 나머지, 다른 이야기들의 연관 관계가 허술하다. 그래도 악당과의 한판 싸움이 클라이막스겠지 생각했던 기대는 피시식 허무하게 지나가버렸다. 리암 닐슨에 모건 프리먼에 와타나베 켄까지 화려한 캐스팅이건만, 각각 인물들의 개성이 충분히 표현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특히 폼만 잡다가 역대 어느 배트걸보다 흐지부지 지나가버린 케이티 홈즈 역시... 1편의 킴 베이싱어가 마구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최고는 물론 2편의 미셸 파이퍼지만.(배트걸이 아닌가? -_-a)

비긴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브루스 아버지 빼고) 1편과의 연관성을 가지려는 제일 마지막 부분이었다. 그걸 보니 또다시 배트맨 1편이 보고싶어지는구나. 뭐니뭐니해도 배트맨과 고덤시는 1,2편이 최고다. 그 어둡고 뿌연 도시에서 정신적으로 외로운 배트맨. 그 뒤의 배트맨들은 아무리 봐도 너무 활기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