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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천재의 발견. 그리고 2%의 아쉬움 - 말할 수 없는 비밀

<CHRIS> 2008. 2. 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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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누설 있음]


주변의 추천으로 연휴동안 불법으로(-_-) 보게 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영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의 반응은 당연히 '말할 수 없는 비밀? 그럼 말할 수 있는 비밀이 세상에 어디있냐!'... 라는 썰렁한 이야기. 부담없이 볼 수 있는 길이와 지루하지 않은 '연주'(대개 클래식 혹은 노래가 없는 연주는 잘 모르는 나같은 사람이 볼 때 지루하기 마련), 그리고 반전이 있음을 알고 보는 긴장감...^^;

누구나 그랬겠지만 중국 영화라는 고정관념이 있어서 선뜻 보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지만, 언어가 중국어였다는 것 이외에는 상당히 세련되고 현대적인 젊은, 아니 '어린' 중국 아이들이 등장해서 발랄하게 진행되었다. 예술학교라는 특징적인 장소와 양념처럼 등장하는 코믹한 조연들까지, 우리나라나 기타 헐리우드 영화에서도 봤을 법한 적절한 요소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어 영화를 보기 직전까지 가지고 있던 편견들은 금새 버릴 수 있었다.

시월애, 지금 만나러 갑니다, 동감처럼 시공간을 초월한 소재를 이용했다는 것을 알고 보았기에 어쩌면 감동이 조금 덜했을 수도 있겠다. 처음부터 짧은 머리를 휘날리며 등장한 여자아이의 교복치마 길이가 혼자서 어색하게 긴 것도 눈에 띄었고...^^;;;

끊임없이 등장하는 음악, 피아노 배틀, 연주, 춤... 나같은 음악 문외한이 들어도 '오, 좋은데...'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지루한 클래식을 현대적으로 편곡해놓은 듯한 세련된 영화. 게다가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쳐서 대역없이 능수능란하게 피아노를 쳐대는 주인공이 심지어 영화 감독이었다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깊은 표정을 지닌(그러면서도 고등학생이라는 역할에 그다지 어색해보이지 않는 기묘한 동안?) 이 남자는 정말 내가 미처 몰랐던 천재인 것인가.

그러나 젊은 천재에 대한 2%의 아쉬움을 이야기하자면, 반전이 있음을 알았지만 그 반전이 무엇인지는 몰랐기에 후반부에 내내 '반전반전반전...'을 기대하며 봤기 때문인 것인지. 어떤 우연한 실수나 오해가 서서히 쌓여 과거 혹은 주인공의 시간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한 어른과 주변의 불신이 단지 짧은 기간 동안 삽시간에 주인공을 망가뜨렸다는 설정에 대한 약간의 실망과, 개인적으로 약간 공감하기 힘든 여자 주인공의 마지막(혹은 마지막 직전). 시공간을 초월하게 만드는 그 비밀스런 음악의 '나아감'과 '돌아옴'의 정의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에 대한 의문, 그리고 말그대로 '돌아옴'을 선택한 남자 주인공의 '돌아간' 시간적 시점에 대한 이해 부족. 어찌됐건 마지막 30분 동안 미묘한 숙제를 남긴 채로 영화가 끝나버렸다. 전적으로 나의 이해력 부족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 워낙 타임 슬립에 대한 영화와 소설들이 많이 나타난 요즘이기에 여러가지 것들에 주의해서 보게 되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

아쉬움은 아쉬움으로 남긴 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름만 들어보았던 젊은 배우에 대한, 젊은 중국에 대한 재발견이 흥미로웠던 영화였다. 앞으로도 이 배우를 주목해서 보게 될 듯한 예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