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메 칸타빌레를 즐겨읽고 있지만, 클래식은 여전히 나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특히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는 건, 그저 '멋있다'라는 생각 이외에는 마땅한 의견이 없다. ^^;;
지난주 우연히 EBS를 보다 BBC에서 방영한 일종의 클래식 리얼리티쇼를 보게 되었다. 오디션을 거쳐 9명의 십대 아이들을 선발하여 3주간의 교육을 받게 한다. 한 주의 마지막은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매주 2명씩의 아이들을 탈락시키고, 마지막으로 남은 세 명의 아이가 6주의 연습 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과 독주로 결선을 치른다...라는 내용.
9명의 아이들
클래식에 대해서 전~혀 문외한인 내가 빠져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하면서 재미있었다. 아직은 어린 아이들이 처음 겪어보는 길거리 공연이나 스튜디오 녹음 작업 등을 통해 발전해가는 모습이 아주아주 흥미로웠다.
마지막으로 남은 세 명의 아이들은 각각 바순연주자 캐런, 클래식 기타의 이언, 피아노의 소피였다. 마지막 결선에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및 독주를 아주 훌륭하게 해낸 아이들은 마지막 심사위원의 결정을 기다리게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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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의 마지막에서 살짝 나를 실망시킨 부분은 최종 우승자의 결정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주제넘기는 하지만) 두 명의 지휘자와 한 명의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한 명의 프로듀서로 구성된 네 사람의 심사위원 + 관객 투표로 우승이 결정되는데, 네 명의 심사위원이 마지막까지 어느 아이를 우승자로 선택해야할지 고민하는 모습이 보여졌다.
1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처음엔 지나치게 수줍은 듯 조용했지만 3주의 교육 기간동안 무서울 정도로 성장해서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능숙해진 클래식 기타의 이언도 인상적이었지만... 바순이라는 낯선 악기를 자유자재로 연주하며 개성과 자유로움을 표현했던 캐런과 시작부터 탄탄한 기본기와 감정 표현을 자랑하며 폭발적인 연주실력을 보여준 소피, 두 사람으로 의견이 좁혀졌다. 그러나 결국 네 명의 심사위원이 둘 씩 갈라지며 결론을 내지 못하고, 관객 투표에서 많은 표를 받은 피아노의 소피가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관객 투표에 의한 우승자 결정이라니... 마지막의 마지막에 미묘한 결정을 성급하게 내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ㅠ.ㅠ
클래식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나지만, 피아노가 바순보다 익숙한 악기이며 폭발적인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클래식을 잘 아는 관객들도 그것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다른 악기를 똑같은 실력으로 연주했을 때 바순보다 화려한 피아노가 눈에 띌 수 밖에 없었을테고, 처음부터 관객 투표에서 피아노가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피는 '원래 뛰어난 소질을 가진 아이'라는 생각이 처음부터 들었단 말이다. 첫주부터 마지막주까지 뛰어난 기본기와 고른 실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내 의견은... 그 아이는 굳이 그 쇼를 통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자력으로 성공했을' 아이라는 느낌이 강했던 거다.
결론은...개인적으로 바순의 캐런이 인상적이었건만, 우승자가 되지 못해서 안타까웠던거다. ^^;
차라리 심사위원들의 격론 끝에 소피로 결정되었다면 납득할 수 있었겠지만... 막판에 약간은 '나몰라라' 형태로 관객들에게 결정권을 넘겨버려서 조금 아쉬웠다.
우승자는 레코드 회사와의 계약과 CD발매 등의 상품(?)이 주어진다고 하는데, 결선에 진출한 나머지 두 아이도 좋은 기회를 얻어서 계속계속 발전하는 음악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
클래식 음악은 아직도 머나먼 나라의 음악이긴 하지만... 가끔 이렇게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감동을 준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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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최종 결선자 3명 이외에 나의 눈길을 끌었던 건 바이올린 연주자 지닌.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까페에서 일을 하면서 밤에 교육을 받곤 했다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아이들에 비해 기본기가 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음악을 듣는 사람들과의 교감과 감정 표현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런 어려운 환경의 어린 음악가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했다. ^^
그리고 한가지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최종 결선 진출자 세명이 모두 잉글랜드가 아닌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출신이었다는 것. 그냥 재미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