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 가면 만날 수 있을까. 카모메 식당
영화/드라마/영화 / 2009. 7. 18. 21:26
제목을 들은 것은 꽤 오래 전 일이다. 어딘지 모르게 '인디영화'라는 삘이 강하게 풍기는 영화.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작은 영화관과, 마이너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블로그, 조금은 매니악한 곳들에서 많이 찾을 수 있었던 제목. かもめ食堂. 한국말로 풀면 '갈매기 식당' 되시겠다.
사실 영화 제목을 접한 이런저런 '마이너'한 분위기 때문에 보기에 조금 꺼려졌던 것도 사실이다. 잔잔한 스타일의 일본 영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막상 보자니 왠지 남들 따라서 본 것 같아서...-_-;;;; 그러다 다운로드 쿠폰같은 것이 생겨서 겸사겸사 다운받아서(!) 보게 되었다.
영화가 펼쳐지는 곳은 뜬금없이 핀란드 헬싱키. 음? 도대체 왜 핀란드? 라는 의문이 들지만, 일본식 식당이 낯선 도시...라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는 적절한 도시가 아니었나...혼자 추측해본다. 암튼, 헬싱키에서 카모메 식당이라는 작은 일본식 식당을 운영하는 한 여성이 우연한 기회에 또 다른 2명의 일본 여성을 만나고, 손님 하나 없이 썰렁하던 식당이 한사람, 두사람, 조금씩 사람의 온기로 채워져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100분 정도의 적당한 시간 동안 작은 식당에서 조용히 커피를 내리고, 요리를 만들고, 서로 이야기하고...도란도란 잔잔하게 흘러가는 영화였다. 그러면서도 가끔씩 일본 특유의 공상적인 장면들이 들어가있어 웃음이 나게 하는, 내 기준으로 '전형적인 일본식 마이너 영화'.
출연하는 배우 세 사람은 모두 일본 드라마 여기저기서 한번쯤 얼굴을 보았던 사람들로, 주인공인 식당 주인은 제법 유명한 배우인 걸로 알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느낀거지만, 일본 배우들의 작품 선정은 참 부럽다. 블록버스터급의 상업영화와 드라마에 무수히 출연하는 배우가 저예산 독립영화에 거리낌없이 출연하거나, 주연급만 도맡아하는 배우라도 역할에 따라 조연이나 단역, 까메오로 거침없이 등장해주는, 그런 모습. 우리나라 배우들에게는 기대하기 힘든 부분이겠지. 유명하신 주연급(연기는 엑스트라보다 못하다 할지라도!) 배우님께서는 몇년에 한번씩 입맛에 맡는 작품 한개 정도 하시고 CF만 주구창창 찍어대시는데, 영화의 작품성같은 거 생각할 틈이 있으시겠남.
쓸데없는 우리나라 연예계 얘기는 차치하고...호평만 쏟아졌던 리뷰에 오히려 약간의 의구심을 품고 보기 시작했지만, 나도 결국은 카모메 식당의 왕 팬이 되어버렸다. 저렇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달까. 영화 속 그녀들처럼 낯선 세계 속에서 조용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핀란드에 가면, 만날 수 있을까?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코피 루악.
ps. 이미지 출처는 모두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