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山田 詠美(야마다 에이미) 저, 양억관 역 | 작가정신 출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히데미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잠시 머뭇머뭇했지만, 이윽고 고개를 들어 또박또박 대답했다.
"아카마와 나에게 아버지가 없다는 게 아주 잘된 일이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너, 그게 자랑거리라고,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하니?"
오쿠무라는 한 대 쥐어박고 싶은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자랑하지 않았어요. 아버지가 없는 것은 아주 좋지 않아요. 조금이라도 뭘 잘못하면 금방 그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아픈 곳을 건드리니까. 미야다와 삼각자로 결투를 벌이다가 뾰족한 끄트머리에 손이 찔렸습니다. 아주 아팠습니다. 바로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또 개똥같은 논리로군, 넌더리나는 놈. 오쿠무라는 그 다음 말을 재촉했다.
"같은 겁니다. 아버지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이 아픈 것하고 말이에요. 선생님, 삼각형의 세 각을 합하면 180도가 되잖아요. 일직선이 되는 거지요. 고통의 각을 세 개 모으면 그것도 일직선이 됩니다. 여선 개를 모으면 360도가 됩니다. 동그랗게요. 더이상 아프게 하는 뾰족한 각은 없습니다. 나와 아카마는 이미 한 개의 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는 빨리 일직선이나 동그라미가 될 수 있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지구도 둥글잖아요."
오쿠무라는 히데미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헛기침만 하고 있었다.
"이제 됐어. 네가 말하려는 게 뭔지 알겠어.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두고 자리에 앉아."
"쓸데없는 말이 아니라구요! 내게는 큰 문제예요."
"알았어, 알았어."
히데미는 얼굴을 붉히면서 외쳤다.
"선생님! 내 말을 무시하는 겁니까?"
그 순간 아카마 히로코가 책상에 엎드려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한 일에 오쿠무라는 당황했다.
"대체 무슨 일이야. 누가 아카마와 도키다가 아버지가 없다고 놀리기라도 했어?"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도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뾰족한 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걸 각도기로 잴 수는 없지만, 언젠가 일직선이나 동그라미가 되어 없어진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 야마다 에이미 '나는 공부를 못해' 中 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