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gure Grand Prix Final. Ladies
스포츠 / 2010. 12. 12. 01:14
룰 개정으로 도전적인 점프에 의한 순위 변동이 클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의외로 뚜껑을 열어보니 여자 싱글들의 점프가 대부분 말그대로 '하향 평준화'되어버렸음. 게다가 스핀이 엄격해진 탓에 표현력과 아름다운 스핀이 결국 그랑프리 파이널의 승부를 갈랐다.
Alissa CZISNY
누가 1등이 되어도 첫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이라는 어찌보면 참 신기한 멤버들이 모였던 여자 싱글에서는 아름다운 연기의 알리사 시즈니 선수가 우승. 파워풀하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점프를 성공하면서, 늘 부족한 점프에 가려졌던 아름다운 스핀과 표현력, 공주같은 미모까지...그녀가 가지고 있던 장점들이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되어버린 이번 시즌 여자 싱글은 그래서 오히려 키이라 코르피 선수나 이 선수처럼 부드러운 감성의 예술성을 가진 선수들이 빛을 발할 수 있었지 않나 싶다. 전미 선수권자였음에도 어린 선수들에게 가려 빛을 보지 못한 느낌이 강했는데,(생각해보면 나머지 두 어린 선수들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그렇게 뛰어난 성적을 거두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늦게나마 그랑프리 파이널 타이틀을 갖게 된 그녀에게 박수를~
Carolina KOSTNER
유럽 선수권을 지배했던 선수인만큼 기본기를 무시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한 선수라 그닥 할 말은 없다. ^^;
Kanako MURAKAMI
지금까지 계속 프리에서 생각보다 많이 긴장한 모습을 보이곤 했는데, 이번 파이널에서도 역시나 긴장감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업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운이 좋은 건지, 강한 비트의 음악과 맞물려 오히려 음악에 업혀갈 수 있었던 듯 하다. 굳은 긴장감을 박력있는 표현력으로 느껴지게끔 잘 포장되었다.
SP와 FS 모두 시니어 1년차이기 때문에 용서될 수 있는 것들을 온전히 다 누린 것 같다. 다소 주니어스러운 프로그램이지만 1년차이기에 용납되었고, 때맞춰 함께 시즌에 나선 같은 나라 언니들이 부진하면서 언니들이 누릴 국가적 프리미엄도 크게 받을 수 있을 수 있었던, 운도 많이 따라주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그렇다고는해도 PCS가 지나치게 높게 올라간 것은 납득할 수 없기는 하다. 다른 선배 선수들은 힘들게 쌓아올려 획득한 것들이건만, 상대적으로 너무 쉽게 얻은 것 같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기도 힘든 것이니...남은 내셔널과 세계선수권은 그렇다치고, 내년 시즌에 과연 어떤 스타일의 프로그램을 들고올지 기대가 된다.
Akiko SUZUKI
PCS라는 것을 쌓아올리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이 선수를 보면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나만의 것'을 가지는 것이 피겨에서도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말이다. 분명 크게 흠잡을 곳이 없는 연기를 했건만(점프나 스핀의 질은 차치하고서라도) 아무리 열심히 다듬고 발전시켜도 PCS 올리기가 쉽지 않은거다. 분명 같은 나라 여자 선수들과 비교해서 즐겁고 신나게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녀가 노력에 비해 늘 아쉬운 점수를 받는 것이 안타깝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밝고 건강한 모습의 스케이팅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이번 FS 의상은 에러. 강력한 점프 무기나 유려한 스핀을 가지고 있지 않은 그녀가 자기의 장점을 드러낼 수 있는 건 전체적으로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표현력인데, 포인트 없는 흰색 의상은 그녀를 하얀 빙판에 완전히 파묻어버리는 느낌이다. -_-; 일본 여싱들의 의상은 왜 다들 하나같이 어딘가 핀트가 어긋나는 것일까.
Miki ANDO
야심차게 바꾸어버린 SP 선곡은 그야말로 ㅅㅁ. -_-;; 이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을 정도였음. 연기 자체가 완전히 음악과 따로 노는 프로그램 자체도 어이가 없었지만, 더군다가 SP 순서가 공주님같은 시즈니 바로 다음 순서였으니...비슷한 느낌의 선곡, 비슷한 느낌의 의상까지 겹치며 나라도 빙판에 들어선 순간 '망했다' 싶었을 듯...-_-
그랑프리 시리즈에서의 전략처럼 후반부에 5개의 점프를 몰아뛰니 FS에서 큰 실수가 없는 한 점수를 따기 효율적인 것은 이번에도 주효했지만 이미 SP에서 벌어진 점수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내셔널에서 다시 원래 프로그램을 들고오지 않을까 싶은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호감을 가지고 있는 선수이지만, 이번 시즌의 모습은 선곡이며 의상이며 전략이며 대체적으로 난감했다. 남싱보다 치열할 자국 내셔널에서 세계선수권 티켓을 따내려면 긴장을 풀 수 없을텐데, 올해 일본 내셔널은 정말 흥미진진하다니까...-_-;;;
Rachael FLATT
그랑프리 중에 계속 아쉽게 1위를 놓치는 느낌이 강해서 안타까웠건만, 부상에도 출전을 강행한 파이널에서도 결과적으로 아쉬운 모습만 보여주고 끝나버렸다. 그랑프리 파이널에 대한 욕심도 있었겠지만, 결코 만만치 않을 자국 내셔널을 대비해서 파이널은 스킵을 하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 한번 무너진 모습을 보여주고 나면 그 여파가 다음 대회에까지 미칠 수도 있을텐데, 심지어 부상이 심해지는 것은 아닐지. 이래저래 걱정만 커진 파이널이었네그려.
쓰다보니 마치 시즌이 끝난 것 같은 내용이구만...^^; 어찌됐건 그랑프리 시리즈가 끝났고, 대략적인 시즌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었으니뭐...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치열한 각국 내셔널을 거쳐야할 선수들이 끝까지 컨디션을 잘 유지했으면 좋겠고, 세계 선수권에서는 좀 더 안정된 연기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두모두 수고하셨습니다.
ps. 세계 선수권이 일본에서 열리니 실시간으로 보기는 쉽겠지만, 나같은 새가슴은 자고 일어나면 결과가 나와있는게 더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