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España_120711 2/2
마드리드에서 유명하다는 츄러스 집을 찾아 쏠 광장 쪽으로 이동. 근데 쏠 광장에 도착했더니 느무느무 크고 사람이 무지무지 많아서 완전 초긴장! 쏠 광장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나 있는 길이 한 여덟개 쯤은 되는데, 내가 가야 할 길 이름은 아무리 찾아도 없는거라~ 헉...헉... 식은땀 뻘뻘 흘리면서 주위를 돌아보는데, 나중에 보니까 딱 내가 찾고 있던 길 도입부가 공사중이라 길 이름이 안보였던 것임.;;;;
그렇게 츄러스 집을 찾아가서 츄러스+쇼콜라 세트를 주문. 츄러스 여섯줄에 쇼콜라 한 잔이 나오는데, 이게 첨엔 어머 초코의 진한 맛! 이러면서 먹다가, 나중에 츄러스 다섯줄 째에 접어드니까 정말...욕하면서 먹게 되더라...-_-;;; 느무 달고 느끼해...ㅠ.ㅠ 맛있긴 했는데 여섯줄은 정말 무리였어! 그래도 남기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다 먹긴 했는데, 정말 마지막 한 줄은 진심 욕하면서 먹게 되더라...^^;;; 아니아니, 그래도 진짜 맛있긴 했다규. 단지 초큼 양이 많았을 뿐. 가끔 집에서 해먹어보고 싶을 정도로 맛은 있었음!
이거 찍은 시점이 느끼함과 달달함에 욕이 나오기 시작할 때 쯤이었던 듯. ^^;;
가게 건물이 공사중이라 정신없음...
츄러스를 먹고 나오며 나는 정신없이 시원한 음료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 그러다 백화점 지하 슈퍼 코너로 들어갔는데, 진짜 놀랐던 게 탄산 음료를 제외한 그냥 음료(과일 주스 같은 것들)는 냉장고에 들어있는 음료가 없는거라! 읭. 어째서?? 근데 이미 속이 너무 달달한 상태여서 아무리 시원한 음료라고 해도 콜라나 사이다를 마시고 싶진 않았어. ㅠ.ㅠ 그래서 슈퍼를 몇바퀴나 뱅뱅 돌다가 그냥 빈 손으로 나왔다. 그리고 눈길이 간 곳은 슈퍼 옆에 있던 작은 Bar 코너. 보니까 사람들이 맥주 한잔씩 걸치고 있는데 아...맥쥬...*.* 좋은 아이디어야~
Bar에 앉아 마침 맥주와 소다(보통 레몬수라고 하는데, 먹어본 결과 그냥 소다수 섞은데도 많은 듯)를 섞어 부드럽다는 '클라라'라는 메뉴가 떠오른거다. 오홍, 완전 맥주보다 알콜 부담도 적고 좋은 것 같아 시켜봤는데 결과는 따봉~! 이 날 이후로 열흘 동안 진짜 매일 한잔 이상씩 클라라를 마셔줬던 듯. 아...우리나라에서도 일반화되었음 좋겠따. >_< 느무 죠아~!
여행 중 제일 구원같았던 클라라 한잔.
이 날부터 완전 클라라 매니아되었심
쏠 광장에서 슬슬 걸어 에스파냐 광장으로 이동. 그러고보니 어느 도시를 가던 에스파냐 광장은 있는건가? 바르셀로나에도 에스파냐 광장이 있었더랬지.... 에스파냐 광장은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동상이 있다고 해서 안보고 가긴 아쉬워서... 마드리드 근교의 똘레도가 돈키호테의 배경이 된 도시라 더 관련된 볼거리가 많겠지만, 똘레도는 안보기로 했기 땜에 아쉬운따나 동상이라도 보고 가려는 맘이었다. 쿠.
꽤 많이 걸어 가긴 했지만, 마드리드는 생각보다 작은 도시라 인포센터에서 얻은 마드리드 시내 지도 한장에 나와있는 모든 곳을 맘만 먹으면 죄다 걸어서도 다닐 수 있을 정도였음.(바르셀로나는 절대 무리. ^^;) 한참 걷다 도착한 마드리드의 에스파냐 광장은 아담한 공원 하나가 붙어있는 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광장이었다. 관광객들도 많았지만, 애기 보다가 동네 마실 나온 듯한 할머니나 베이비 시터가 많아보였음. ^^;;
레티로 공원에서는 요정님의 음악으로 영혼을 달랬었는데(?), 에스파냐 광장에서는 '행운을 빌어요'. 제법 잘 어울려요.
외국애들은 참 동상 위에서 사진을 잘 찍는다.
말 위에 올라갈 기세의 사람도 많이 봤음. ^^;;
에스파냐 광장까지 둘러봤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이른거다. 음... 이젠 무얼 하지? 라고 고민하다가, 원래 어제 보려고 했지만 시간이 늦어져서 포기했던 스페인 왕궁을 구경할 시간이 될 것 같아 왕궁 쪽으로 고고. 스페인 왕궁, 아니 정확히는 '마드리드 레알 왕궁'은 공식적으로는 스페인 왕실의 거처이지만 실제로는 행사 때만 사용한다고 함. 행사가 없을 때 왕궁의 일부만을 일반에게 공개하는데, 물론 유료로...-_-;;; '레알' 왕궁이라는 어감이 조금 웃겨서 말할 때마다 재미있다. 그래 너 진짜 왕궁 맞거든~ ^^;;
시간이 남아서 구경 간 왕궁이지만, 생각보다 아기자기하게 볼 것도 굉장히 많았고, 오디오 가이드 없이도 각 방마다 상세한 설명이 기재된 안내판도 잘 되어 있어서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 유명 도자기 업체와 함께 꾸민 벽에서 천정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도자기 세공품으로 이루어진 방이라던가(청소는 어떻게 할까??), 굉장히 아시안풍의 그림들로 꾸며진 방, 그리고 당시의 왕과 왕비의 이니셜을 딴 벽지를 바른(아니 이것은 옛날 버전의 '전용 벽지'가 아닌가! <- 아는 사람만 알 이야기.;;) 방들까지... 생각보다 아시아(중국일까 일본일까) 교류가 많았던 듯 했다. 장식품이며 그림까지 아시아 느낌이 물씬물씬 나는 방들이 한두개 쯤 있었으니 말이다.
중간중간에 관리인들로 보이는 분들이 각 방을 청소하고 계셨는데, 청소를 아무리해도 천정까지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그 화려한 천정의 장식품들은 도대체 어떻게 청소하고 관리하는 걸까 진심 궁금해졌다. 관리비만도 보통이 아니겠어~ (아, 그래서 입장료를 받는건가? ^^;)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내가 들어갈 땐 없던 긴~ 줄이 기다리고 있어서 초큼 뿌듯. 아...인간은 왜 이런 것에 치사하게 행복을 느끼게 되는걸까. ^^;;;;
왕궁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외관만 한 컷.
암튼 무지무지하게 넓은데,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안되네...;;
왕궁이 숙소 근처라 슬렁슬렁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사실 어제 숙소에서 2인실은 하루만 쓸 수 있고, 다음날에는 방을 바꿔야 한다그래서 정리 깨끗이 하고 가방 잘 싸서 구석에 두고 왔는데, 떨리는 맘으로 '방 어디로 옮겨요?' 했더니 그냥 그 방 계속 쓰래! 우왕굿. 욕실 딸린 2인실을 혼자 쓰다니, 2인실인것보다 욕실이 딸린 게 넘넘 좋다.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_<
그리고나선 어제는 시간이 맞지 않아 못 갔던 '세계에서 젤 오래 됐다는, 헤밍웨이도 갔었다는, 새끼돼지 요리집'을 가보기 위해 8시까지 딩굴딩굴... 그리고 7시 반쯤 미리 줄을 서기 위해 식당으로 갔는데...그래서 거의 일등으로 들어가긴 했는데....
완전 예약 만땅이래!
ㅠ.ㅠ
예약 손님이 많은 것도 알고 있었고, 인기가 많은 것도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한 자리쯤은 있지 않을까 싶은 맘이었는데, 정말 완전 다 찼대! 흑. 냉정하게 'Completo' 한마디를 던지더니 눈길조차 주지 않더라. ㅠ.ㅠ
근데 이게 또 참 미묘한 기분이었던 것이...사실 이 날 오전부터 계속 일이 술술 잘 풀린다는 느낌이 있었던거라. 길을 찾을 때도 생각보다 헤매지 않고 잘 찾았다던가, 생각보다 기다리는 줄이 길지 않았다던가, 왕궁같은 경우도 예정에 없던 거였는데 기다리지 않고 잘 들어가서 생각보다 재미있게 보고 나왔다던가... 암튼 사람 맘이 간사한게 뭔가 하루종일 일이 너무 잘 풀린다 싶어서 오히려 좀 불안한 느낌도 없지 않았는데,(걱정도 팔자;;) 딱 저녁 때 식당에서 뻰찌(?)를 먹고 나오니까 아쉬움과 동시에 안도감도 조금은 드는거다. '그래, 이걸로 오늘 하루는 플러스마이너스 제로인거야' 라면서. 크...웃기지 아니한가...아~ 나도 늙었나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거 보면...^^;;; 암튼 내일은 또 새로운 날이어라~!!
그래서 무얼 먹을 것인가 한참을 헤매다가 '고기를 놓친 아쉬움은 고기로 달래겠다~'는 맘으로 고기를 팔 것 같은 식당을 찾아다녔는데, 아무래도 스페인에 도착한지 얼마 안되는 시점이라 그랬는지 선뜻 아무 식당에 들어갈 엄두가 좀 안나는 거다. 소심소심. 그래서 어찌하다보니 그냥 스페인의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버린 나. ^^; 우리나라에는 없는 레스토랑 체인이라는 걸로 위안한다...(비굴한가!) 뭐, 가게 안이 시원하고 좋기는 했는데 먹는 내내 쪼금 아쉽긴 했었지. 게다가 여기서 마셨던 Tinto de Verano (여름 와인. 솔직히 상그리아랑 차이는 뭔지 잘 모르겠음 - 검색해보니 와인베이스는 같으나 만드는 과정과 재료가 다르다고 함. 뭐가 다르지? -_-a;) 한 잔에 갑자기 훅 가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 못 찾고 뱅뱅 돌다 식겁했던 기억이...-_-;;; 사실 분위기 잡을 겸 좋아보이는 까페로 자리옮겨서 하다못해 생오렌지 주스라도 한잔 하려고 했는데, 완전 정신 몽롱해져서 포기.
몽롱한 정신 속에 어제는 실망했었던 '산미겔 시장'이 아니었음 숙소 못 돌아올 뻔 했음. (산미겔 시장을 기준으로 겨우 숙소 방향 찾아냄) 이 날 이후로 혼자서는 절대 그냥 맥주, 그냥 와인을 함부로 안 마시게 됨. 그래서 클라라를 더 마시게 된 것도 있는 것 같다. (근데 클라라는 증말 맛있음!! 아...또 생각난다. 츄릅~ >_<)
고기는 soso. 막판엔 좀 질겨서 턱이 아팠음.;;
오른쪽의 와인 한잔에 마드리드에서 길 잃고 숙소 못 돌아가는 줄 알았음. 식은 땀 뻘뻘.;;;
이 나라가 아무리 열시가 넘어야 해가 지는 나라라지만 이 때까지 나의 시계는 아직 한국이라 9시가 되니 그저 집에 들어가 쉬어야 할 것 같은 퓌곤함이...호롤롤... 근데 이번 여행에서 한가지 새로운 점은, 보통 혼자서 여행 다닐 때마다 입맛이 없어서 잘 못 먹고 다녔는데, 이번 여행 땐 혼자서도 차~암 잘 먹으며 다녔다는 것. 아...한 여름에 살찌는 소리가 들린다들려...나는 왜 여름에 살이 찌는가...-_-;;
이렇게 마드리드에서의 하루 반 끝!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마드리드는 이틀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도시인 것 같다. 새끼돼지 요리를 못 먹은 게 조금 아쉽지만,('껍질'이 맛있는 돼지요리라길래 한국 돌아가면 '껍질'이 맛있는 북경오리를 먹을테닷! 이라고 다짐) 만약 다시 스페인을 간다면 바르셀로나는 다시 가고 싶을 것 같은데, 마드리는 괜찮을 것 같음. 하하.
Adios Madr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