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España_120713 2/2
알함브라 궁전을 보고 내려오니 시간은 어언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났더라. 근데 가게마다 가득 찬 사람들! 게다가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한국 사람들! 음... 혼자 밥 먹는 것에 익숙해지긴 했지만, 한국 사람들 많은 데서 혼자 밥 먹는 건 아직 좀 싫으다...;;
그렇게 구석으로 구석으로 들어간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엄머나 여긴 와이파이가 된다니! 오늘의 메뉴 시켜놓고 와이파이 패스워드를 물으니 쪽지를 하나 가져다주는데...
이건 그냥 와이파이를 쓰지 말라는 건가...;;;
근데 다른 데를 다 돌아보고 나서 알게 된건, 스페인 와이파이 패스워드는 다 이렇더라는 거다. 게다가 대/소문자 구별도 다 하는 바람에 위 패스워드 입력하는데 한 세번 틀렸음.;;;;
암튼 와이파이가 된 김에 집에 카톡을 하나 날려줬더니 마침 시간대가 맞았는지 페이스타임이 걸려온거라~ 간만에 조카랑 러브러브 토크. 대낮에 야외 테이블에서 페이스타임으로 통화하는게 초큼 부끄러웠지만, 옆 테이블 애들도 이해해줬을꺼라 믿는다잉... ^^;;;
스페인 야외 식당엔 차양막에서 물을 뿜어서 열기를 식힌다. 신기신기
(바르셀로나에서도 이렇게 나오더라는 거)
윽...애증의 빠에야... X럽게 맛없더라!
이 빠에야 땜에 트라우마 생겨서 남은 여행에서 빠에야를 못 먹었다.(또 실패할까봐;;)
나중에 들어보니, 오늘의 메뉴에 들어있는 빠에야는 보통 냉동 빠에야라고 함.
빠에야는 제대로 된 곳에서 단품으로 시켜먹어야 된다고 한다.
여긴 추가 비용 붙더라...(어쩐지 비주얼이 퐈려하더라니.;;;) 잊지않겠다~ -_-
이 날은 알함브라 갔다가 밤 9시쯤 야간 기차를 타고 바르셀로나로 넘어가는 일정이라 호스텔 체크아웃 한 뒤에 낮 시간을 계속 밖에서 떼워야만 했다. 흑흑. 알함브라에서 땀에 절어 나왔는데 증말 괴로웠음. ㅠ.ㅠ 씻고 싶따~~~
처언~천히 밥을 먹고나서도 당췌 갈 데가 있어야지! -_-;; 성당도 갔겠다, 예배당도 갔겠다, 심지어 알바이신에서 X고생도 다 하고난터라 도대체가 갈 데가 없더라는 거...끙....
그렇게 시내 골목골목을 어슬렁대다 생각난 아이디어 한가지. 버스를 타자! 그라나다는 좁은 시내 곳곳을 다니는 미니버스가 많은데, 어제 버스를 타봤더니 종점에서 출발해서 다시 같은 종점으로 돌아오는 버스가 있었던 기억이 나는거다. 그래서 여러가지 노선을 면밀하게 살핀 결과, 들어본 적은 있지만 걸어가기 싫은 '사크로몬테' 지역을 지나는 버스를 타고 한바퀴 돌기로 함. 한바퀴 도는 데 대략 50분 정도 걸린다고 표지판에 나와있음.
으...근데... 내가 타기로 맘 먹은 35번 버스가...정말...정말....정말.... 안 오는거다! ㅠ.ㅠ 버스 정류장에서 서서 거의 한시간을 기다렸던가...ㅠ.ㅠ 아...괴로워...
그렇게 힘들게 기다린 버스를 타고 내 맘대로 시내버스 관광 고고. ^^; 아마 기사는 날 디게 이상한 애로 봤을꺼임... 애가 탔는데 아무리 가도가도 안내려! ^^;;;; 그 동네 사람들도 많이 타는 버스가 아닌지 버스 안에는 나 말고 한 팀밖에 없고...^^;;;
깊고 싶은 산 속까지 가는 노선입니다.
내가 걸어서 으찌 여기까지 왔겠음? 버스 관광 굿 초이스.
그렇게 대략 50분 정도를 버스를 타고 돌았는데, 기사 눈치 보인 것만 빼면 난 아주아주 만족스러웠다. 골목 구석구석 분위기도 느끼면서, 완전 깊고 깊은 동네를 다니는 버스여서 깊은 산 속 구석까지 아주아주 편하게 관광할 수 있었다는 거~ 호호호. 나중에 바르셀로나 민박에서 만난 어린 친구한테도 '혹시 걷다가 힘들면 버스 타고 한바퀴 도는 시내 관광도 좋아~'라며 알려주기까지 했음. ^^;;; 나같은 저질체력은 이 정도 관광이 딱이여...
아... 이렇게 버스를 타고 한바퀴를 돌고나서야 시간은 어찌어찌 흘러가고... 시간 떼우려고 점심을 늦게 먹었더니 입맛도 없어~ 그래도 뭐라도 먹긴 해야겠고... 이 날도 나의 선택은 클라라 일 잔!
클라라 일 잔을 마시고 밤새 기차를 타고 가기 위한 비상 식량으로 빵과 음료수를 구입한 뒤 기차역으로 떠났다. 사실 느긋하게 간다고 간 거였는데도 기차역에서 한참 기다렸음. 아... 이 날 오후는 증말 시간 안가더라~ ^^;;
그라나다 기차역에서는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점심 때 식당 근처 빼고) 한국 사람들을 제법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다들 20대 초반의 학생 분위기가 폴폴...^^; 자기들끼리 '한국사람이세요?'라면서 신나서 꺅꺅대고 있는데, 난 도저히 그들 사이에 낄 수 가 읎었어! 그리고 딱히 껴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던 것도 솔직한 심정이었달까. 그냥 조용히 이어폰을 끼고 이어폰 너머 들려오는 한국말을 들으며 혼자 조용히 웃음지을 뿐이었지.(엄마미소? ^^;)
드디어 기차 시간이 되고 열차에 탑승했는디, 혹시나 했던 기대가 역시나였던 아쉬운 현실. ^^;; 그라나다-바르셀로나 야간 열차는 보통 열차처럼 앉아서 가는 칸, 4인 침대칸, 2인 침대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중에서 2인 침대칸만 샤워실이 딸린 칸이 있다고 한다. 근데 없는 칸도 있어서 완전 복불복. 왜냐하면 침대칸을 예약할 때 정확한 칸이나 좌석은 내가 지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첨엔 4인 침대칸을 선택하려다 이 나이에 돈 벌면서 조금이나마 편하게 가자~ 싶은 맘에 2인 침대칸을 혼자 쓰는 걸로 선택했는데, 2인 침대칸을 예약하면서 혹시나 샤워실이 딸린 칸이려나~ 하고 아주 살짝 기대를 하긴 했었다.(후기를 보니 1인이 2인칸을 혼자 쓰는 경우는 보통 샤워실이 없는 칸으로 지정되는 경우가 많길래 그리 크게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 ^^a;)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현실이 되었어! ^^; 나의 좌석은 샤워실이 딸려있지 않은 칸! ㅠ.ㅠ
물론 4인실이 아닌 2인실을 혼자 쓰기로 한 건 정말 탁월한 결정이었지만, 하루종일 땀에 절어서 다니다가 쬐그만한 세면대 하나로 그 상황을 해결하는 건 느무나 괴로운 일이었다. ^^;;;; 결국 겨우겨우 세수하고 발 닦고 밤을 보냈는데, 다음날 일어나니 온 몸에서 쉰 내가....컥...-_-;;;;;;;;
한 앵글에 알차게 들어오는 2인 침대칸
(밑에 보이는 침대가 한 층 더 있는 구조인데, 난 혼자 쓰니까 위쪽 침대는 접혀져 있음)
샤워실이 없어 아쉽긴 했지만 야간열차 자체는 아기자기하게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침대 역시 생각보다 편하게 잘 수 있었다. (물론 바닥의 은근한 흔들림이 느껴져서 일본에서 지진났을 때를 연상시키긴 했지만 ^^;;) 비행기가 훨씬 편하고 빨리 가긴 했겠지만, 우리나라에선 경험해볼 수도 없으니 한번쯤은 타볼만한 것 같다. 새벽녘에 바르셀로나 근교까지 와서 커튼을 치고 밖을 보니 열차 바로 옆에 바다가 펼쳐져있어 신기하기도 했었고.^^ (조금만 파도가 치면 기차가 젖을 것 같을 정도로 가까웠음. ^^;) 비행기 수속이나 공항에서 시내까지의 먼 거리 등등을 고려했을 때, 개인적으론 기차 추천이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