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España_120716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뭔가 월요일에도 할 게 별로 없었던 것 같음. 월요일은 갤러리들이 쉬는 날이라고 했던가?? 암튼 그래서 시내에서는 별로 할 게 없을꺼라고 했던 것 같다. 일요일 저녁 때 그 얘길 듣고 무얼 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만만한 몬세라트를 떠올렸는데, 마침 또 같은 방을 쓰는 또 한사람의 귀여운 친구도 아직 안 가봤다그러네? 살짝 물어보니 같이 가도 좋대! 우왕, 넘 좋아~ >_<
그게 나는 아직 바르셀로나에 온 지 얼마 안되서 근교까지 혼자 가기는 조금 자신없는 상황이었는데, 이 친구는 바르셀로나에 머문지가 좀 되서 많이 익숙해진터라 안심이 되었었다. 구엘 공원을 함께 갔던 친구도 그렇고, 이 날 몬세라트를 같이 갔던 친구도 그렇고 둘 다 나와는 거의 열살이나 차이가 나는 대학생 아가씨들이었는데, 다들 어찌나 야무지고 똘똘한지. 정말 이 나라의 미래는 이런 여자친구들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늙은이같은) 생각을 여러번 했었다. 여러번 얘기하게 되지만, 바르셀로나에서의 일주일은 이 똑똑한 친구들과 함께 방을 쓸 수 있어서 너무너무 좋았던 시간들이었다. (다른 방 친구들은 밤 늦게까지 크게 떠들거나 아침 식사 시간에도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거나 해서 좀 그랬는데, 같이 방을 썼던 두 아가씨들은 다들 예쁘고 예의바르고 똘똘해서 느무느무 이뻤음. >_<)
사실 몬세라트는 절벽 위에 수도원이 있다는 걸 빼면 딱히~ 볼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다. 원래는 수도원의 성가대가 유명한데, 내가 간 시즌은 성가대 학생들이 방학이라 쉬는 시즌. ^^;; 그래도 바르셀로나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탁 트인 곳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나 할까.
기차를 타고 대략 한두시간 정도 가야하는 곳인데, 아침부터 서둘러도 기차 안에는 사람이 꽉꽉. 자리를 잡지 못하면 가는 내내 서서 가야하는 헬게이트... 그게 나였어! -_-;; 꽤 먼 길을 가야한다는 걸 알았어서 자리를 잡지 못한 순간 모든 걸 포기하고 바닥에 앉아 아이팟에 담아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바닥에 철푸덕 앉으니 눈치를 보던 주변의 많은 이들이 하나둘 바닥에 주저앉기 시작하더군.;;;;
몬세라트 가는 길
깊은 산과 절벽을 지나 도착하니 어느 문 앞에서 사람들이 막 줄을 서 있는거다. 읭, 이건 무슨 줄이지? 싶어 일단 줄을 선 후에 안내를 보니 이 수도원에서 유명한 '검은 마리아상'을 보는 줄이란다. 대략 한시간 정도 남았는데 벌써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더란...;;; 일단 여기까지 왔는데 그것조차 보고 가지 않으면 아쉬울 것 같아서 같이 간 친구와 교대로 한 사람은 수도원 구경을, 한 사람은 줄을 서 있기로 했다. 동행인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던 날이었달까. ^^; 같이 간 친구도 돌아오는 길에 '혼자였음 아마 그냥 안 보고 왔을 것 같다'면서, 둘이 번갈아 줄을 서 줄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나도 그랬단다. 네가 함께있어 좋았어~ ^^;
몬세라트
화석이 된 스테고사우루스처럼 생긴 문타냐 드 몬세라트는 연한 색의 역암질 기둥으로, 하늘을 찌를 듯 서서 바르셀로나 뒤로 펼쳐진 평원을 압도하듯 굽어보고 있다. 이 산을 찾는 사람들은 2,000개가 넘는 등산로를 찾는 등산객도 많지만 '라모레네타'라고 하는 검은 마돈나를 보기 위한 순례자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 작은 목각상은 성 누가가 만든 것으로 서기 50년에 성 베드로가 이곳에 가져왔다고 한다. 물론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으로 이 조각상이 12세기에 만들어진 것임이 밝혀졌다. 이 조각상과 관련한 또 다른 종교적인 일화가 있다.
성 이그나티우스 로욜라가 그의 칼을 이곳에 내렸을 때 자신의 소명을 깨닫고 예수회를 창건했다고 전해져 온다. 이곳에서 서식하는 식물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늘이 진 바위틈 사이로 랙스포텐틸라, 라몬다와 피레네초롱꽃이 자란다. 멸종 위기에 처한 이곳의 고유종인 바위떡풀류인 삭시프라가카탈라우니카와 세열유럽쥐손이류의 에로디움루페스트레도 이곳에 서식한다. 봄이 되면 산의 정상에는 야생 튤립, 노알수선화와 수많은 난초가 자라고 하늘에는 수염수리가 선회를 한다. <출처: 네이* 지식백과>
한시간을 기다린 후 입장을 시작했는데, 우와... 이게 입장을 시작하고나서도 거의 한시간을 또 기다려야하는 거였던 것이다!
검은 마리아상을 만지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어서 마리아상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줄들은 다른 곳보다 줄이 줄어드는 속도가 굉장히 느렸다. 내 앞에 서있던 이탈리아 가족들은 진정 신성한 마음으로 마리아 상 앞에서 소원을 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만큼 그냥 순서대로 보고 지나가는 그런 동상이 아니었던 거다.
내 순서가 오기를 떨리는 맘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앞서 언급한 내 앞에 서있던 이탈리아 할아버지가 너무 오랫동안 손을 잡고 기도를 하는 바람에 그 옆에서 지켜보던 관리인이 버럭했음.;; 그 버럭에 깜짝 놀란 나는 마리아상의 손을 잡고 내가 뭘 빌려고 했던가도 제대로 떠올리지 못한 채 정신없이 지나가야 했다는 슬픈 사실~!! 아깝! 나도 신성한 맘으로 제대로 소원 하나 빌어보고 싶었는데! ㅠ.ㅠ
이것이 그 유명한 La Moreneta. '검은 마돈나'라고 한다.
암튼 긴긴 기다림을 마치고 마리아상을 보고 난 후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서있는 산 위로 올라가는 등산열차를 탔다. 아.. 생각해보니 이것도 한참 기다렸던 듯.;; 몬세라트에 가면 다들 관광하는 게 똑같다보니 어디를 가던 사람이 몰리는 걸 피할 수가 없다. ^^;;
산에 올라 아침에 민박집 사장 아가씨가 싸준 도시락을 열어봤더니 어므나 이런, 주먹밥에 크로아상까지 하나씩 들어있는거다! 산에 가면 먹을데가 없을꺼라며 별 건 아니지만 가져가라더니 이렇게 감사한 일이 있나. ㅠ.ㅠ 역시 한국사람은 밥심이여... 파란 하늘을 눈 앞에 두고 주먹밥을 먹고 있노라니 아무 반찬도 없는 그 단순한 밥 몇덩이가 얼마나 맛있게 느껴지던지. 악, 너무 좋아! >_<
주먹밥을 먹고난 후 등산 코스를 슬쩍 보니, 한 쪽은 30분 코스에 한 쪽은 한시간 반 코스던가? 암튼 짧은 코스가 하나 있고, 긴 코스가 하나 있었는데 동행인과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짧은 코스!'를 외치고 살살 산을 올랐다. 마치 세상의 꼭대기에 서 있는 것처럼 높은 산과 경치가 좋았지...만! 우린 그 짧은 코스도 다 돌지 않고 그냥 초입에서 사진 좀 찍고 구경만 좀 하다가 다시 내려왔음. 쿄쿄쿄. 우리 둘다 '여기까지 와서 힘들게 하이킹을 할 필요는 없잖아?'라는데 초공감. ^^;
그렇게 몬세라트 구경을 마치고, 시내로 돌아와서 월요일에 문을 연 몇 안되는 갤러리 중 하나인 MACBA를 잠시 둘러본 후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은 숙소 근처에서 해결하기로!
생선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데, 요건 참 맛났던 기억이 *.*
민박집 사장님의 추천을 받아 간 곳은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는 퓨전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던 듯) 추천을 받고 주문한 고기와 생선 요리는 처음 나왔을 때는 '음? 양이 좀 적은가?'싶어 살짝 실망했는데, 먹다보니 배부르더란. ^^;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북적북적한 식당이 아니라 현지인들만 아는(생긴지 얼마안되기도 했고) 조용한 곳에서 나름 럭셔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
이렇게 보람찬 월요일도 지나고~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바르셀로나 관관을 시작했었더랬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