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España_120713 1/2
급하게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내가 열흘 정도의 기간 동안 무려 세 도시(남들이 보면 비웃겠지만 나한테는 '무려'가 맞음. 크크크)를 돌게 된 원인이 바로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이었다. 처음엔 그냥 일주일 정도 바르셀로나만 구경하려던 일정이 '그래도 스페인 간 김에 알함브라는 가야지!' 싶어서 알함브라를 끼워놓고 그러다보니 마드리드로 들어가는 일정이 결정된 것이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알함브라. 근데 두괄식 전개로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의 알함브라는 불완전 연소였다. 헤...ㅠ.ㅠ
일단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하지 못하고 떠났던 여행이었는데, 다들 알함브라는 미리미리 공부를 하고 가면 훨씬 좋다고들 하는거라. 그래서 출발 전에 그라나다와 관련된 여행 다큐(많은 후기에서 추천했던)를 미리 아이팟에 담아두고 떠났는데, 이게 또 막상 보려고 하니 귀찮은거라...^^;; 그래서 솔직히 좀 억지로억지로 찔끔찔끔 봤다. 그러다보니 내용은 한번 봤는데 의무감에 '숙지를 한다'는 정도로 그쳐버리는 바람에 막상 알함브라에 가서, 특히 좋은 시간 잡기위해 서둘서둘 예약했던 '나스르궁' 같은 경우는 '음, 이게 다큐에 나왔던 그 장면이군' 뭐 이정도로 심드렁하게 지나쳐버리게 되었다는 거... ^^;;;
차라리 아무 사전 정보없이 나만의 느낌으로 구경을 하던가, 아니면 사전에 완전히 완벽하게 숙지를 한 뒤에 복습하는 느낌으로 둘러보던가 했었어야 했는데, 뭔가 어중간하게 이거슨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니여~ 의 느낌으로 관람을 했더니 초큼 미묘했었다는 안타까운 진실. (특히 나스르궁 ^^;;)
물론 알함브라는 아름다웠다. 그라나다를 정복한 기쁨과 환희에 가득찼던 카톨릭 대성당이 있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 도시를 찾는 사람들이 더욱 갈망하고 감탄하는 것이 이슬람의 유물인 알함브라라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만큼 아주아주 아름다운 성이었다. 그냥 내가 너무 기대를 해서 이도저도 아니게 불완전 연소를 한거지... (아, 지난 연말 페퍼톤스 막공이 다시금 떠오른다. ^^;;;)
그라나다의 메인스트릿, Gran Vía 거리
가로등이 예뻐요.
티켓 교환기계...라고 하지만 자꾸 오류나! -_-;
결국 매표소가서 교환했음.
'알함브라의 입구'입니다. ^^;
첫번째로 간 곳은 헤네랄리페.
한 무어 시인은 그라나다에 있는 옛 알함브라 궁성을 가리켜 "에메랄드 속의 진주"라고 묘사하였다. 13세기 나스르 왕조의 술탄들이 살았던 이 호화로운 성채에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왕궁과 알카사바 요새가 포함되어 있다. 그 주위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통 이슬람 정원들이 둘러싸고 있다. 이슬람 생활 방식에서 정원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사막의 뜨거운 열기를 피할 수 있는 휴식처로, 물은 정원 설계에서 특별히 중요하다. 흐르는 물은 마음을 가라앉혀 줄 뿐 아니라, 돌로 지은 건물을 서늘하게 해 주는 역할도 한다. 알함브라의 정원은 "헤네랄리페"라고 불리는데, "낙원의 정원", "과수원", "향연의 정원"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출처: 네*버 지식백과>
헤네랄리페는 진정 알함브라의 풍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듯. 그 풍부한 물과 꽃만 봐도 이곳이 진정 덥고 건조한 그라나 안에 있는 것인가 의심될 정도로 완전히 다른 세계, 그야말로 완벽한 파라다이스를 느낄 수 있다. 그 많은 물은 도대체 어디서 끌어오는건가! (헤네랄리페의 물은 만년설로 덮인 시에라네바다의 눈 녹인 물을 끌어다왔다고 함) 사실 동선의 문제만 아니면 헤네랄리페를 제일 마지막에 봐도 좋을 것 같긴 한데. 제일 지치고 힘들고 더울 때 알함브라에서 가장 시원한 이 곳을 마지막으로 봐도 좋겠지만... 다른 곳들과 거리가 조금 있는터라 보통은 헤네랄리페를 제일 먼저 보기는 한다. ^^;; 난 관람 다 마치고 다시 한번 헤네랄리페 가고 싶었는데, 각 관람 스팟은 한번 밖에 입장이 안된다고 한다. 들어갈 땐 미처 몰랐어~ ^^;; 한번 볼 때 제대로 봅시다~
물론 지나치게 풍요롭게 콸콸 넘치는 물을 보면서 '아니 백성들은 바짝바짝 말라가고 있는데 여기선 느무 물 낭비 하는거 아녀?!!' 싶은 반감이 살짝 들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여성스러운 아기자기함과 귀여움으로 가득 찬 이 곳이 개인적으로는 알함브라 궁전에서 제일 좋았다.(나스르 궁을 제치고!)
헤네랄리페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아세키아 파티오
옛날에 한 후궁이 신하와 사랑에 빠져 이 나무 아래서 사랑을 나누었다고 하는데,
이에 진노한 왕이 신하를 처형해 이 나무에 매달았다고 함.
심지어 이 나무를 뿌리째 뽑아 고사시켰음.
이 나무를 만지면 사랑을 이룰 수 있다고 하는데,
하도 만지는 사람이 많았던지 지금은 울타리를 쳐두어
만질 수 없도록 해놓았다. (도대체 왜! ㅠ.ㅠ)
이 오래된 건물에 어떻게 저런 전기 장치를 추가했을까??
길을 잃을 일은 없다고 봐야한다. ^^
두번째로 간 곳은 카를로스 5세의 궁전
카를로스 5세가 회교 건축물에 견주기 위해 건축한 정사각형의 건물에 ‘원형 파티오’라고 하는 독특한 궁전이 있다. 미켈란젤로의 제자인 건축가이자 화가인 페드로 마추카가 1525년에 설계 착공하고 1550년 건축을 끝내지 못하고 죽자 그의 아들 루이스, 그리고 에레라 등에 의해 건축된 스페인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건물로, 도리아식 기둥이 늘어선 파티오에서는 투우나 기사의 결투가 열렸다고 한다. <출처: 네*버 지식백과>
여기는 확~실~히 이슬람의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궁전. 말그대로 스페인 왕조의 카를로스 5세가 멋대로 추가해서 지은 궁전이니 알함브라와는 부조화일수밖에. ^^;; 느무 부조화가 심해서 나중에 이걸 없애냐마냐 했나보던데 후손들의 교육을 위해 남겨두었다고 한다. 워낙에 넓고도 넓은 알함브라 궁전이라 이 하나의 건물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망치는 것도 아니니 맞는 결정이라고 본다. 물론 처음 딱 궁전 앞에 서면 조금 뜨악스러운 건 어쩔 수 없지만. ^^;;
가운데서 노래를 부르면 신비롭게 소리가 울려퍼져요
이 궁전의 甲은 원형의 바닥 가운데서 소리를 내면 신기하게 울려퍼지는 음향 시스템(?)이 아닐까. 근데 더 신기한건 외국애들은 그거 모르나봐! 아무도 가운데 서서 노래를 부르거나 소리를 내보는 사람이 없어!(사진만 오지게 찍더라.;;) 왜지왜지??? 아, 난 궁금해죽겠는데~!! ^^;;;
결국 X팔림을 무릅쓰고 사람이 별로 없을 때 가운데로 걸어가 아~ 아~ 소리를 내보았다. 그러자...나는 정말 작게 소리를 낼 뿐인데 내 목소리가 둥근 공간 속에 웅웅 울려퍼지는거라~! 오미, 신기한 거~!! 어떤 원리인거지!! 완전신기!! >_<
내가 또 궁금한 건 내가 내는 소리가 나한테만 들리는건지, 아니면 궁전에 있는 모든 사람한테 들리는 건지였는데, 내가 있을 때 정말 나 말고는 아무도 그 자리에서 소리를 내지 않아 결국은 미스테리를 풀지 못하고 궁전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젠장. -_-; 가운데 서서 노래 한곡 완창하는 사람도 있다던데, 나는 결국 못봤네그려...
그 다음은 알카사바. 고고.
알카사바(Alcazaba)는 9~13세기에 지은 요새다. 알람브라 궁전 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전성기 때는 24개 망루와 군인 숙사, 창고, 목욕탕까지 갖추었지만 현재는 그 자취만 남아 있다. 요새 중앙에 있는 벨라의 탑(Torre de la Vela)에 오르면 알람브라 궁전 내부와 알바이신 지구, 그라나다 중심부 일대의 수려한 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 <출처: 네*버 지식백과>
높은 곳에 위치한 알함브라 궁전 내에서도 또 높은 곳에 위치해서 최적의 방어선을 자랑하는 알카사바. 거의 모든 모습들이 사라지고 지금은 단지 망루만이 남아있지만, 관광객 입장에서는 가장 높은 곳에서 알함브라와 그라나다를 내려다보는 즐거움이 제법 크다.
높구나~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나스르궁.
알함브라 궁전은 오전/오후로 입장이 나누어져있고, 그 중에서도 나스르궁은 30분마다 시간이 나뉘어져 입장 시간을 미리 예약하고 가야 한다. 근데 이게 입장을 해보니... 각 시간대별로 입장 완료하는데 30분은 걸리더란. -_-;;;; 난 11시 30분 입장이었는데, 꽤 뒷줄에 있었더니 입장하니까 12시. 뭐, 뭡니까 이거...;;;;
사실 나스르궁은 굉장히 다양하게 나누어져있고, 각 공간마다 담겨있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다. 나처럼 어설프게 숙지하지 말고 꼼꼼하게 미리 알고 간다면 관람이 몇 배는 즐거울 꺼다. ^^;; 난 제대로 모르고 돌아봤으므로 설명은 pass.
힘들게 조각했을 사람들의 고생이 느껴져서
맘 한구석이 짠하다. ^^;
근데 수리 마치고 나온거라 생각하니까 오리지널이 아닌 것 같아서 감정 이입이 안되더라~ ^^;;
나스르 궁 관람을 마지막으로 알함브라 관람도 끝~! 오전에 입장에서 두세시간은 훌쩍 지나기 때문에 나올 때 시간은 오후 입장 시간도 지난 시간이었는데, 흐미...진촤진촤 덥더라... 헤네랄리페와 나스르궁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곳들이 햇빛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오후의 이글대는 태양 아래서 구경했다가는 일사병 걸려 쓰러지는 것도 과장이 아니여! 내가 오전 입장 시간을 예약할 수 있었음에 진정 감사했다. ㅠ.ㅠ
아...아... 그러나 알함브라를 나서며 나는 진정한 국민바보가 되고 말았어...
입장할 때 대여했던 오디오 가이드를 반납하기 위해 다시 입구로 갔더니 희한하게 오전에 나한테 오디오 가이드를 줬던 그 담당자랑 딱 다시 만난거다. 그 사람도 날 알아보고 '오! 너 왔구나' 라고 반갑게 인사인사. (오디오 가이드를 빌릴 때 신분증을 맡기라는데 마땅한 신분증이 없어 여권을 맡기면서 서로 '잃어버리면 죽는다...'란 공감대를 형성했던터라 기억에 남아있었음. ^^;) 어느나라에서 왔니 한국인이라고? 한국말로 Gracias가 뭐야? 아 어려워. 그럼 여기다 써줘써줘~ 라며 내게 종이를 내밀며 '감사합니다'를 발음기호대로 적어달라는 친절 돋는 안내원.
음 그래그래 감사합니다라고? Gahm - Sa - 음...합??? 이건 어떻게 해야되지? 끙... Hap은 아닌 것 같고 그래 Hab 으로 하자! <Gahm - Sa - Hab - Ni - Da> 이거야이거~ 그럼 안녕~ 그러고 돌아서자마자...나는 정말 나의 무지함에 하이킥을 날리고 싶어졌다.
바보야!!! Gahm-Sa-Ham-mi-da겠지!
하다못해 Gahm-sa-ham-ni-da거나!!
감사하브니다냐!!! 일본어냐!!
ㅠ.ㅠ
아...아...어떡하지어떡하지...다시가서 얘기해줄까...악...민망해죽어버리고 싶어~!!! ㅠ.ㅠ
으...자다가도 하이킥하고 싶은 순간이라는 게 어떤건지 이때까진 몰랐는데, 내 진정 그 맘을 알겠더라...;;;;
감사하브니다의 찝찝함을 맘 한가득 안고...시내로 돌아왔다. 돌아가서 수정할 용기가 없었던 내 자신이 참으로 부크럽구나. 정말 이 찝찝함과 죄책감이 느무느무 컸어서 나중에 바르셀로나 민박에서 만난 대학생 아가씨가 다음 행선지로 그라나다를 간다고 하길래 '거기 오디오가이드 대여하는데서 감사하브니다 따위로 발음하는 흑인 남자 안내원을 만나면 꼭 좀 제대로 수정해줄래? ㅠ.ㅠ'라며 부탁까지 했음. -_-;;;;;;
헉헉...진정으로 부크럽고도 부크럽다...
나머지 오후 시간은 다음에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