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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España_120713 1/2

여행 / 2012. 9. 22. 15:44

급하게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내가 열흘 정도의 기간 동안 무려 세 도시(남들이 보면 비웃겠지만 나한테는 '무려'가 맞음. 크크크)를 돌게 된 원인이 바로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이었다. 처음엔 그냥 일주일 정도 바르셀로나만 구경하려던 일정이 '그래도 스페인 간 김에 알함브라는 가야지!' 싶어서 알함브라를 끼워놓고 그러다보니 마드리드로 들어가는 일정이 결정된 것이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알함브라. 근데 두괄식 전개로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의 알함브라는 불완전 연소였다. 헤...ㅠ.ㅠ

 

일단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하지 못하고 떠났던 여행이었는데, 다들 알함브라는 미리미리 공부를 하고 가면 훨씬 좋다고들 하는거라. 그래서 출발 전에 그라나다와 관련된 여행 다큐(많은 후기에서 추천했던)를 미리 아이팟에 담아두고 떠났는데, 이게 또 막상 보려고 하니 귀찮은거라...^^;; 그래서 솔직히 좀 억지로억지로 찔끔찔끔 봤다. 그러다보니 내용은 한번 봤는데 의무감에 '숙지를 한다'는 정도로 그쳐버리는 바람에 막상 알함브라에 가서, 특히 좋은 시간 잡기위해 서둘서둘 예약했던 '나스르궁' 같은 경우는 '음, 이게 다큐에 나왔던 그 장면이군' 뭐 이정도로 심드렁하게 지나쳐버리게 되었다는 거... ^^;;;

 

차라리 아무 사전 정보없이 나만의 느낌으로 구경을 하던가, 아니면 사전에 완전히 완벽하게 숙지를 한 뒤에 복습하는 느낌으로 둘러보던가 했었어야 했는데, 뭔가 어중간하게 이거슨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니여~ 의 느낌으로 관람을 했더니 초큼 미묘했었다는 안타까운 진실. (특히 나스르궁 ^^;;)

 

물론 알함브라는 아름다웠다. 그라나다를 정복한 기쁨과 환희에 가득찼던 카톨릭 대성당이 있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 도시를 찾는 사람들이 더욱 갈망하고 감탄하는 것이 이슬람의 유물인 알함브라라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만큼 아주아주 아름다운 성이었다. 그냥 내가 너무 기대를 해서 이도저도 아니게 불완전 연소를 한거지... (아, 지난 연말 페퍼톤스 막공이 다시금 떠오른다. ^^;;;)

 

 

그라나다의 메인스트릿, Gran Vía 거리
가로등이 예뻐요.

 

알함브라로 가는 미니 버스

 

티켓 교환기계...라고 하지만 자꾸 오류나! -_-;
결국 매표소가서 교환했음.

 

이 장면이 알함브라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찍을법한
'알함브라의 입구'입니다. ^^;


 


첫번째로 간 곳은 헤네랄리페.

 

한 무어 시인은 그라나다에 있는 옛 알함브라 궁성을 가리켜 "에메랄드 속의 진주"라고 묘사하였다. 13세기 나스르 왕조의 술탄들이 살았던 이 호화로운 성채에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왕궁과 알카사바 요새가 포함되어 있다. 그 주위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통 이슬람 정원들이 둘러싸고 있다. 이슬람 생활 방식에서 정원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사막의 뜨거운 열기를 피할 수 있는 휴식처로, 물은 정원 설계에서 특별히 중요하다. 흐르는 물은 마음을 가라앉혀 줄 뿐 아니라, 돌로 지은 건물을 서늘하게 해 주는 역할도 한다. 알함브라의 정원은 "헤네랄리페"라고 불리는데, "낙원의 정원", "과수원", "향연의 정원"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출처: 네*버 지식백과>

 

헤네랄리페는 진정 알함브라의 풍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듯. 그 풍부한 물과 꽃만 봐도 이곳이 진정 덥고 건조한 그라나 안에 있는 것인가 의심될 정도로 완전히 다른 세계, 그야말로 완벽한 파라다이스를 느낄 수 있다. 그 많은 물은 도대체 어디서 끌어오는건가! (헤네랄리페의 물은 만년설로 덮인 시에라네바다의 눈 녹인 물을 끌어다왔다고 함) 사실 동선의 문제만 아니면 헤네랄리페를 제일 마지막에 봐도 좋을 것 같긴 한데. 제일 지치고 힘들고 더울 때 알함브라에서 가장 시원한 이 곳을 마지막으로 봐도 좋겠지만... 다른 곳들과 거리가 조금 있는터라 보통은 헤네랄리페를 제일 먼저 보기는 한다. ^^;; 난 관람 다 마치고 다시 한번 헤네랄리페 가고 싶었는데, 각 관람 스팟은 한번 밖에 입장이 안된다고 한다. 들어갈 땐 미처 몰랐어~ ^^;; 한번 볼 때 제대로 봅시다~

 

물론 지나치게 풍요롭게 콸콸 넘치는 물을 보면서 '아니 백성들은 바짝바짝 말라가고 있는데 여기선 느무 물 낭비 하는거 아녀?!!' 싶은 반감이 살짝 들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여성스러운 아기자기함과 귀여움으로 가득 찬 이 곳이 개인적으로는 알함브라 궁전에서 제일 좋았다.(나스르 궁을 제치고!)

 

 

다큐에서 많이 나왔던 것 같은 이 장면! ^^;;
헤네랄리페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아세키아 파티오

 

햇빛을 직접 받을 일이 없을 정도로 많은 나무로 뒤덮여있다.

 

사연많은 요 나무.
옛날에 한 후궁이 신하와 사랑에 빠져 이 나무 아래서 사랑을 나누었다고 하는데,
이에 진노한 왕이 신하를 처형해 이 나무에 매달았다고 함.
심지어 이 나무를 뿌리째 뽑아 고사시켰음.
이 나무를 만지면 사랑을 이룰 수 있다고 하는데,
하도 만지는 사람이 많았던지 지금은 울타리를 쳐두어
만질 수 없도록 해놓았다. (도대체 왜! ㅠ.ㅠ)

 

 

계단을 올라가는 옆에도 물...물...물...

 

어두운 밤을 위한 표지등인 것 같은데,
이 오래된 건물에 어떻게 저런 전기 장치를 추가했을까??

 

알함브라는 전체적으로 관람 안내가 잘 되어 있어
길을 잃을 일은 없다고 봐야한다. ^^

 

헤네랄리페 근처엔 요렇게 공연장도 있음. 요기서 공연하면 분위기 짱이겠구나~

 

 

두번째로 간 곳은 카를로스 5세의 궁전

 

카를로스 5세가 회교 건축물에 견주기 위해 건축한 정사각형의 건물에 ‘원형 파티오’라고 하는 독특한 궁전이 있다. 미켈란젤로의 제자인 건축가이자 화가인 페드로 마추카가 1525년에 설계 착공하고 1550년 건축을 끝내지 못하고 죽자 그의 아들 루이스, 그리고 에레라 등에 의해 건축된 스페인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건물로, 도리아식 기둥이 늘어선 파티오에서는 투우나 기사의 결투가 열렸다고 한다. <출처: 네*버 지식백과>

 

여기는 확~실~히 이슬람의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궁전. 말그대로 스페인 왕조의 카를로스 5세가 멋대로 추가해서 지은 궁전이니 알함브라와는 부조화일수밖에. ^^;; 느무 부조화가 심해서 나중에 이걸 없애냐마냐 했나보던데 후손들의 교육을 위해 남겨두었다고 한다. 워낙에 넓고도 넓은 알함브라 궁전이라 이 하나의 건물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망치는 것도 아니니 맞는 결정이라고 본다. 물론 처음 딱 궁전 앞에 서면 조금 뜨악스러운 건 어쩔 수 없지만. ^^;;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를 떠올리게 하는 궁전 양식

 

입구의 조각만 봐도 이슬람과는 동떨어진 분위기. ^^;;

 

밖에서 볼 땐 사각이지만, 들어가면 원형의 공간이 펼쳐집니다.

 

가운데서 노래를 부르면 신비롭게 소리가 울려퍼져요

 

이 궁전의 甲은 원형의 바닥 가운데서 소리를 내면 신기하게 울려퍼지는 음향 시스템(?)이 아닐까. 근데 더 신기한건 외국애들은 그거 모르나봐! 아무도 가운데 서서 노래를 부르거나 소리를 내보는 사람이 없어!(사진만 오지게 찍더라.;;) 왜지왜지??? 아, 난 궁금해죽겠는데~!! ^^;;;

 

결국 X팔림을 무릅쓰고 사람이 별로 없을 때 가운데로 걸어가 아~ 아~ 소리를 내보았다. 그러자...나는 정말 작게 소리를 낼 뿐인데 내 목소리가 둥근 공간 속에 웅웅 울려퍼지는거라~! 오미, 신기한 거~!! 어떤 원리인거지!! 완전신기!! >_<

 

내가 또 궁금한 건 내가 내는 소리가 나한테만 들리는건지, 아니면 궁전에 있는 모든 사람한테 들리는 건지였는데, 내가 있을 때 정말 나 말고는 아무도 그 자리에서 소리를 내지 않아 결국은 미스테리를 풀지 못하고 궁전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젠장. -_-; 가운데 서서 노래 한곡 완창하는 사람도 있다던데, 나는 결국 못봤네그려...

 

 


그 다음은 알카사바. 고고.

 

알카사바(Alcazaba)는 9~13세기에 지은 요새다. 알람브라 궁전 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전성기 때는 24개 망루와 군인 숙사, 창고, 목욕탕까지 갖추었지만 현재는 그 자취만 남아 있다. 요새 중앙에 있는 벨라의 탑(Torre de la Vela)에 오르면 알람브라 궁전 내부와 알바이신 지구, 그라나다 중심부 일대의 수려한 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  <출처: 네*버 지식백과>

 

높은 곳에 위치한 알함브라 궁전 내에서도 또 높은 곳에 위치해서 최적의 방어선을 자랑하는 알카사바. 거의 모든 모습들이 사라지고 지금은 단지 망루만이 남아있지만, 관광객 입장에서는 가장 높은 곳에서 알함브라와 그라나다를 내려다보는 즐거움이 제법 크다.

 

 

알카사바

 

흔적만 남은 병사들의 숙소

 

높구나~

방어에 최적의 장소였을 듯 

 

어딜가나 문화재에 낙서하는 놈들은 꼭 있다...-_-+
 

Say what you will 돋는 정원.;;;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나스르궁.

알함브라 궁전은 오전/오후로 입장이 나누어져있고, 그 중에서도 나스르궁은 30분마다 시간이 나뉘어져 입장 시간을 미리 예약하고 가야 한다. 근데 이게 입장을 해보니... 각 시간대별로 입장 완료하는데 30분은 걸리더란. -_-;;;; 난 11시 30분 입장이었는데, 꽤 뒷줄에 있었더니 입장하니까 12시. 뭐, 뭡니까 이거...;;;;

 

사실 나스르궁은 굉장히 다양하게 나누어져있고, 각 공간마다 담겨있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다. 나처럼 어설프게 숙지하지 말고 꼼꼼하게 미리 알고 간다면 관람이 몇 배는 즐거울 꺼다. ^^;; 난 제대로 모르고 돌아봤으므로 설명은 pass.


 

이것도 다큐에서 많이 보던 그 장면! 아라야네스의 파티오

 

나스르궁을 뒤덮은 섬세한 아라베스크 조각

 

난 이렇게 섬세한 조각을 볼 때마다
힘들게 조각했을 사람들의 고생이 느껴져서
맘 한구석이 짠하다. ^^;

 

라이온의 파티오. 얼마 전까지는 수리한다고 치웠었나본데, 내가 갔을 때는 있었음.
근데 수리 마치고 나온거라 생각하니까 오리지널이 아닌 것 같아서 감정 이입이 안되더라~ ^^;;

 

 

아무리 아름다운 조각도 나같은 사람이 찍으면 이모냥이꼴...;;

 

 

나스르 궁 관람을 마지막으로 알함브라 관람도 끝~! 오전에 입장에서 두세시간은 훌쩍 지나기 때문에 나올 때 시간은 오후 입장 시간도 지난 시간이었는데, 흐미...진촤진촤 덥더라... 헤네랄리페와 나스르궁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곳들이 햇빛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오후의 이글대는 태양 아래서 구경했다가는 일사병 걸려 쓰러지는 것도 과장이 아니여! 내가 오전 입장 시간을 예약할 수 있었음에 진정 감사했다. ㅠ.ㅠ

 

아...아... 그러나 알함브라를 나서며 나는 진정한 국민바보가 되고 말았어...

 

입장할 때 대여했던 오디오 가이드를 반납하기 위해 다시 입구로 갔더니 희한하게 오전에 나한테 오디오 가이드를 줬던 그 담당자랑 딱 다시 만난거다. 그 사람도 날 알아보고 '오! 너 왔구나' 라고 반갑게 인사인사. (오디오 가이드를 빌릴 때 신분증을 맡기라는데 마땅한 신분증이 없어 여권을 맡기면서 서로 '잃어버리면 죽는다...'란 공감대를 형성했던터라 기억에 남아있었음. ^^;) 어느나라에서 왔니 한국인이라고? 한국말로 Gracias가 뭐야? 아 어려워. 그럼 여기다 써줘써줘~ 라며 내게 종이를 내밀며 '감사합니다'를 발음기호대로 적어달라는 친절 돋는 안내원.

 

음 그래그래 감사합니다라고? Gahm - Sa - 음...합??? 이건 어떻게 해야되지? 끙... Hap은 아닌 것 같고 그래 Hab 으로 하자! <Gahm - Sa - Hab - Ni - Da> 이거야이거~ 그럼 안녕~ 그러고 돌아서자마자...나는 정말 나의 무지함에 하이킥을 날리고 싶어졌다.

 

바보야!!! Gahm-Sa-Ham-mi-da겠지!

 

하다못해 Gahm-sa-ham-ni-da거나!!

 

감사하브니다냐!!! 일본어냐!!

 

ㅠ.ㅠ

 

아...아...어떡하지어떡하지...다시가서 얘기해줄까...악...민망해죽어버리고 싶어~!!! ㅠ.ㅠ

 

으...자다가도 하이킥하고 싶은 순간이라는 게 어떤건지 이때까진 몰랐는데, 내 진정 그 맘을 알겠더라...;;;;

 

감사하브니다의 찝찝함을 맘 한가득 안고...시내로 돌아왔다. 돌아가서 수정할 용기가 없었던 내 자신이 참으로 부크럽구나. 정말 이 찝찝함과 죄책감이 느무느무 컸어서 나중에 바르셀로나 민박에서 만난 대학생 아가씨가 다음 행선지로 그라나다를 간다고 하길래 '거기 오디오가이드 대여하는데서 감사하브니다 따위로 발음하는 흑인 남자 안내원을 만나면 꼭 좀 제대로 수정해줄래? ㅠ.ㅠ'라며 부탁까지 했음. -_-;;;;;;

 

헉헉...진정으로 부크럽고도 부크럽다...

 

나머지 오후 시간은 다음에 쓰자...

 

Posted by <CHRIS>
, |

2012 España_120712 2/2

여행 / 2012. 8. 19. 15:23

그라나다의 알바이신 지구는 아랍인들이 살던 옛 모습이 남아있는 곳으로 큼직큼직한 관광명소가 모여있는 곳이라기보다는 흔치않은 분위기의 골목골목을 구경하는 곳이라고 한다. 알바이신 지구에 위치한 산니콜라스 전망대는 알함브라 궁전이 젤 아름답게 보이는 위치로 주로 야경을 즐기러 가는 곳이라고들 하는데, 야경이 아름다운 곳인 반면에 아무래도 골목골목이 복잡하게 이어진 사람사는 곳이다보니 밤에는 소매치기나 강도의 위험이 높아 함부로 다니지 말라고 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라나다 시내에 위치한 이사벨 여왕과 콜롬부스 동상

 

이사벨 여왕은 콜롬부스의 신대륙 항해를 지원하였음.

 



그라나다에서 플라멩코와 야경투어를 한번에 하는 투어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침에 기차타고 넘어온 날에, 그리고 다음날 오전에 바로 알함브라 궁전을 보러가기로 한 전 날에 밤늦게 끝나는 투어를 신청하는 것은 나로선 쬐금 엄두가 안났다. 그래서 나는 그냥 알바이신을 밝을 때 돌아보기로 결정하고 늦은 점심을 먹고난 뒤 조금이나마 해가 덜 강해진 때를 기다리다 알바이신 지구로 들어섰다.

오스탈 주인 아저씨가 대략적으로 그려준 지도를 살피며, 무지무지 더울 꺼라는 많은 후기들을 보았기에 물과 수건을 단단히 챙기고, 관광이 아닌 탐험의 맘으로(이미 이 자세부터 여유로움은 없음. ^^;;) 알바이신 탐험 출발~

 

출발~

 

이 때는 옆에 산도 보이고 좋았지..^^;;

 


아...

아......

아.........

애증의 알바이신이여....ㅠ.ㅠ

일단 돌길과 집들로 이루어진 골목골목의 최대 난적은 '그늘이 없다'는 점! 중간중간 나무가 심어져있다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어서 담장 아래로 드리워진 얇은 그늘 속에서 사람들이 나란히나란히 일렬로 걷고 있는 우스운 광경이라니...^^;;;

일단 1차 목표는 산니콜라스 전망대로 잡고 열심히열심히 걸어나갔다. 그리고 눈 앞에 등장한 '산니콜라스 전망대 앞으로 5분' 표지판! 하악하악... 헤매지 않고 그 표지판을 발견했을 때의 그 기쁨과 자만심(!)이란. 훗, 나도 이제 제법 하는데? 표지판 근처의 슈퍼마켓에서 물 한통을 살까말까 고민하다가(이미 입구에서 준비한 물 한병 거의 다 마셔버림.;;;) 음, 앞으로 5분이면 전망대니까 전망대에 도착해서 사면 되겠지 않겠어? 훗. 이런 도도한 생각으로 전진전진.

 

 

애증의 '5분' 표지판.


 

그런데... 5분이 넘고...10분이 넘었는데... 전망대 안나와...ㅠ.ㅠ

전망대라는 이름의 특성상 높은 곳에 있을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지대가 다시 낮아지는 이 느낌적인 느낌은 뭐지??? -_-;;;;

그렇게 헤매다 '이러다 제대로 길 헤매겠다'싶은 경각심이 빡 들어서 지나가던 차를 붙잡아 세우고 '전망대가 어딘가효?'를 물었더니, 막 스페인말로 길고 친절하게 말해줘...^^;;;; 음...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건 오른쪽 왼쪽, 그리고 숫자 뿐. ^^;;; 그래도 느무나 친절한 아저씨의 설명에서 대충 방향을 파악한 후 다시 전진전진. 그랬더니....

아까 그 '산니콜라스 전망대 앞으로 5분' 표지판이 또 나왔어. -_-;;;;;

뭐야나... 뱅그르르 돈 거야??

ㅠ.ㅠ

눈물을 머금었지만 그래도 이 때까진 좌절하지 않았지. '음, 그래 오히려 슈퍼에서 찬 물 한 통을 새로 사서 다시 힘을 내라는 신의 계시야.'라고 나를 위로하며 슈퍼 아저씨한테 다시 한번 가는 방향을 물어본 후 길을 나섰다. 역시나 5분만 가면 된대. 음, 그래 아까 이 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었어야 했는데 왼쪽으로 갔었군. 좋아좋아. 이제 곧 나오겠지.

 

애증의 '5분 표지판' 옆 슈퍼.
그래도 이 곳은 나에게 새생명(=생수)을 준 곳임.;;

 

음, 그래 여기서 꺾었어야 했어. 좋아좋아

 

 


그런데...

또...

안 나와...

ㅜ.ㅜ

지도상으로는 분명 나와야 정상인데, 도대체 왜왜왜 안나오는거야??

또다시 지대가 낮아지는 느낌적 느낌에 위기감을 느끼고, 또다시 지나가던 차(이번엔 경찰차. 진짜 나중엔 태워달라고 하고 싶더라.;;)를 세워 경찰 아저씨한테 물어봤더니, 지나갔대! 다시 온 길로 되돌아가래! 또 '5분'이면 된대!! -_-;;;

악....도대체 5분 얘기만 몇 번 듣는거냐...-_-;;;;;

더 웃긴 건 이렇게 요리조리 헤매고 있을 때 나처럼 헤매고 있는 동지들은 꼭 있다는 거. 몇 무리의 외국인들도 말은 못하고 서로 난감한 눈빛만 주고 받으며 같이 막 헤매고 있음. ^^;;;

헉헉...

분명 5분이라 그랬겠다?! 이번엔 지나치지 않게 시간까지 따지면서 걷겠어! 그렇게 오히려 속도를 줄이며 주변 사람들 가는 길을 잘 살피며 갔더니... 음...

찾긴 찾았는데... 이게 뭔가...미묘...

그러니까 이 산니콜라스 전망대가 주변 담벼락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있다보니, 쉽게 눈에 띄지 않게 높게 솟은 곳에 있었고, 딱 그 곳으로 진입하는 곳에 따로 표지판이 없다보니 난 그 높은 담벼락 밑을 계속 지나치고만 있었던 것 같은거다. 아...이 삽질은 모지...;;;

알바이신의 길은 이런 느낌. 햇빛을 피할 곳이 읎어!

 

전망대에서 골목을 내려다보니,
난 요 아래 골목을 계속 왔다갔다하면서 전망대를 못보고 지나쳤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_-;



 흙흙흙

난 정말 이 때 완전히 방전되어버렸어. 내가 도대체 요 아래 담벼락 밑을 몇 번이나 왔다갔다한걸까 싶은 맘에 내 자신이 싫어졌지. ^^;;

내 눈 앞에 펼쳐진 알함브라 궁전은 멋졌지만, 기념으로 사진이나 한 장 남기자며 셀카를 찍자 드러난 나의 벌겋게 익은 초췌한 얼굴에 난 또 한번 방전되고 말았다. 악... 이렇게 추레할수가! ^^;;;

혼자 셀카 찍고 있으니까 옆에 있던 이태리 관광객 소년이 '내가 사진찍어줄까?'라며 친절돋게 다가왔지만, 아...귀여운 소년아...내가 셀카 찍기 전이었음 뭣도 모르고 벙긋대며 한 장 찍어달라 부탁했겠지만, 이미 나의 그지같은 몰골을 보고 난 후라 차마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할 수가 없었단다. 그렇지만 너의 그 친절은 참으로 고맙구나...

그렇게 전망대에서 기쁨과 좌절을 느끼며(^^;) 한참을 쉬다가, 올라오는 길의 삽질을 내려갈 때는 하지 않겠다는 맘으로 지도를 펼쳤는데, 음, 내려가는 길이 올라올 때 길보다 쬐금 더 복잡해보이는 이 느낌은 뭐지? 아까 골목에 버스 지나가던데 그거 또 안 오나? ^^;;; 슬쩍슬쩍 기다려봐도 버스는 오지를 않고... 다시 한번 생명수(이번엔 물 말고 오렌지 슬러시. 오렌지 주스가 없어서 사긴 했는데 역시 관광 포인트라 그런지 드럽게 비싸더라~ 양 많고 맛있긴 했는데, 그라나다 물가 생각하면 느무 비쌌다잉?)를 사들고 결연한 맘으로 길을 나서기 시작했는데...

내려가는 길도 헷갈리긴 마찬가지더라~ ^^;; 아까는 뭣도 몰라서 오기가 막 생겼는데 내려갈 때도 길을 헤매니까 이젠 쪼금 겁도 나고~ 그러던 중 마침 눈 앞에 보이는 천금같은 미니 버스! 시내로 내려가는 미니 버스를 냉큼 올라타고 내려오는 길은 아주아주 편하게 내려왔더랬지. 호스텔 사장님은 내게 '전~혀 버스를 탈 필요가 없어. 걸어서 다닐만해~'라고 하셨지만, 사장님... 버스도 추천해주셔도 될 것 같아요...ㅠ.ㅠ 버스로 갔음 느무 편했겠구만! 딱히 올라가는 길이 아름드리웠던 것도 아니구만! 가는 길에 물 두통을 비우고 슬러시까지 마셔댔지만 화장실도 안 가고 싶더라. 하도 더워서. ^^; 그래도 난 살아남았어! ㅠ.ㅠ 나는 버스 안에서 봤던 차창 밖 알바이신이 제일 아름다웠던 것 같다. 하하하.

 

 

이것이 도대체 몇번째 생명수던가.
이 날 하루동안 물을 서너병 넘게 마셔댔던 것 같다.

 

알바이신, 사크로몬테같은 골목골목을 다니는 미니버스.
이 다음날에도 이 버스 참 자~알 이용했었지. ^^;



땀 범벅에 새빨갛게 익어서 숙소로 돌아온 나는 저녁이고 뭐고 세수부터 한 후 얼굴과 팔 다리에 알로에젤을 듬뿍듬뿍 바른 채(여행 전 날 혹시나 싶어 사서 갔던 게 이 날 빛을 발했음) 침대에 누워 시체처럼 충전 모드. 아...시원해...^^;;

그렇게 한두시간을 딩굴거리다 입맛은 없지만 저녁은 먹어야겠기에 다시 밖으로. 그라나다를 비롯한 남부 지역은 아직 1음료-1타파 풍습이 남아있다길래(음료 한 잔 시키면 작은 타파 하나를 공짜로 줌. 대도시에선 없어진 풍습이지만 남부 지역엔 아직 남아있다고 함), 어차피 배도 많이 안 고프고 그걸로 저녁을 해결해야겠다 싶어서 슬렁슬렁 숙소 근처의 Bar로.

저녁도 언제나 클라라와 함께! 클라라 한 잔을 시키고 홀짝홀짝 마셔대고 있는데, 음? 왜 타파 안 주지? 음? 이 가게는 그 풍습 없어졌나? 음음? 싶은 맘에 '그렇다면 뭐라도 시키자' 싶어 메뉴를 열독하는데 아는 단어가 하나도 없는거라...^^;; 그러고 한참을 단어와 싸우고 있는데, 뒤늦게 타파 하나를 갖다주네? 그것도 미니 햄버거에 올리브! 이건 그냥 밥이잖아! 역시나 1음료-1타파 맞았어! 꺄~ 타파스 메뉴 읽느라 시간 걸렸기에 망정이지 쓸데없이 음식만 하나 더 시킬 뻔 했네. ^^ 올리브는 생으로 먹은 건 첨인 것 같은데, 생각보다 맛있더랑~ 

 

 

 

1.8유로짜리 클라라 한 잔에 미니 햄버거 나오는 저 인심!
완전 사랑해요!! 

 

9시가 넘었지만, 역광이지만, 아직 쨍쨍한 그라나다의 저녁

맛있게 잘 먹었어요! ♡



나중에 바르셀로나의 높은 물가에 흐익~ 했던 걸 생각하면, 확실히 남부 지역이 물가도 싸고 인심도 좋긴 하다. 날씨만 좀 덜 덥다면 담엔 진짜 남부 쪽만 돌아보고 싶긴 함. ^^

나의 알바이신 투어는 그렇게 상처와 영광(이라고 하지만 영광은 별로 없었던 듯 ^^;)을 남긴 채 종료. 나중에 '나는 알바이신을 골목골목 구경한 게 더 재미있었었~'라고 한 사람들도 많이 만났지만, 나같이 길치에 저질체력을 가진 사람에게 알바이신은 극기훈련(?)이었어~ ^^;; 난 그냥 이렇게 살래~


숙소 돌아오는 길에 내일 아침으로 먹을 크로아상과 물 구입. 여기와서 어째 파리 갔을 때보다 더 크로아상을 많이 먹네? ^^; 근데 크로아상이 아닌 나머지 빵들은 다 초코초코 빵들이라...차라리 크로아상에 손이 가는 이 마음. ^^;; 이 빵집에서 산 물은 겨우 0.6유로! 우왕굿. 여기 좀 짱. 담날 저녁 때도 빵 하나에 음료수 하나 다 해서 1유로에 샀음. ^^;

 

내일은 알함브라 궁전 가는 날!

다 좋았는데 젤 구석방이라 방에서 와이파이가 안 잡히는 불편한 진실!
저기 저 방문에 붙어서있어야 와이파이가 잡혀서 한참을 저 방문에 붙어있었더랬지. ^^;;;

Posted by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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